나의 영화적 취향은 아무도 종잡을 수 없다. 영화 '원스'를 보며 너무 좋아 소리없이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미녀는 괴로워'를 보면서 감동 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한편, 김기덕 감독의 '파란 대문'을 몇 번이고 볼만큼 사랑한다. '봄날은 간다'를 미치도록 좋아하지만, '동갑내기 과외하기' 같이 가벼운 연애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나로서는 도저히 재미를 찾을 수 없는 팀버튼 감독의 영화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신기해하는 동시에, 그의 영화 '가위손' 을 가슴 깊이 보관해 두고 있다. '가문의 영광' 같은 영화를 매우매우 싫어하지만, 문득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케이블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 볼 때도 있다. 그저 그런 영양가 없는 영화를 욕하다가도 다 사라졌다고 상상해보니 그다지 재밌지 않다. 씹는 재미도 재미라면 재미라고나 할까.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두루두루 보는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독립' 또는, '예술'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등장하는 영화들이 사실상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이 어마어마한 수의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어느 한 쪽이 재미없어서도, 다른 한 쪽이 아주 뛰어나서도 아니다. '대중적인 코드'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는 것 아닌가. 국민의 1/4이 모두 한 영화에 몰리는 것은 그게 '실미도'이든 '원스'이든 간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 것은 마찬가지일테니. (더 낫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3월 15일 '좌충우돌! 블로그! 영화와 놀다!'라는 행사를 치뤘다. 행사를 주최한 회사의 일원인 나는, 행사일이 다가 올수록, 미처 세심하게 준비하지 못한 것들만 눈에 띄는 통에 얼마나 가슴 졸였었는지 모른다. 그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행사가 끝난 후 혼이 빠져버린듯 어리바리하게 굴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일주일이 지나가 버렸다.
행사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처음 목표대로 간 것일까. 혹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해버린 것은 아닐까.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끊임없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아주 시건방진 결론을 내렸다. '좌충우돌! 블로그! 영화와 놀자!'라는 행사를 두고, 나는 나의 바람을 담아 '작은 혁명' 이라고 부르기로 한 것이다. 혁명'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워낙 센데다가 우리가 흔히 접해온 '혁명'이라는 역사는 거친 것이 많아, 다소 안어울리듯 하지만, 훗날 저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만한 힘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미리 붙여준 일종의 '닉네임'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예술영화와 독립영화'가 좀 더 대중적인 코드를 많이 갖고 있는 영화를 찾는 관객 수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지금보다 좀 더 그 관객 층의 저변이 확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감마저 버린 것은 아니다.
영화에 대한 판단은 철저히 개인적인 취향인 것이고 2007년 한해 최고의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디워'라고 해도, 존중되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관심을 가질만한 영화를 몰라서 못보는, 정보를 접하지 못해 못보는 상황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주 좋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 또는 상영관이 없어서 사라져야할 운명에 처해있다면 누가 이것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일까.
온라인 위에서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에 덧붙여, 좋은 것을 널리 알리는 일에도(?) 더 많은 힘을 실어 좋은 영화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더 나아가 영화 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 블로그, 그리고 블로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 정점이 오르려는 찰나에 있다고 생각된다.
로큰롤 밴드 '오!부라더스'와 춤추는 문화예술인 '딴따라 땐스홀'의 합동 공연. 조금은 다른 문화코드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가난한 문화예술인이 모두 부자가 되는 날을 꿈꾼다.
블로거 1인의 영향력이 하나의 '미디어'로 불려질만큼 커졌다고 하지만, 그 힘만으로는 무언가를 바꾸기에는 지금도, 앞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그 1인이 만들어낸 포스팅이 가진 영향력에는, 그 글을 읽으며 댓글을 달고 동조해주고 함께 의견을 나누는 더 거대한 힘을 가진 또 다른 블로거들이 있다. 타는 장작 위에 기름을 부어 줄 수 있는 수많은 블로거들과 함께, 온라인의 힘으로 오프라인을 정화할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한다. 우리가 사는 곳은 결국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오프라인이 아니던가.
'좌충우돌! 블로그! 영화와 놀다!'. 작은 축제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큰 힘을 낼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반드시 그 행사가 아니어도 좋다. 영화가 아니어도 좋다. 삼삼오오 모여, 자신이 가진 재능을 무기로 힘을 모아, 자꾸만 한 방향으로 '일원화 되어가는' 사회를 막을 수 있는 '현실세계'를 꿈꾼다. 그런 나는 바보일까?
백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움직임이 필요할 때다.
-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라는 단어를 제대로 쓴 건지 모르겠다. 업계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여러번 물어봤는데도 잘 모르겠다. 대략 의미 전달을 하는데 무리는 없겠지만.
- 쓰고 보니 온통 바라는 것 투성이다. 누구에게? 나부터 자꾸자꾸 오프로 나가야겠다.
- 쓰고 보니 온통 바라는 것 투성이다. 누구에게? 나부터 자꾸자꾸 오프로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