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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7 나를 부르는 숲 (10)
뒷BOOK2009/04/27 01:35

<나를 부르는 숲>. 산길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눈을 대번에 끌어 당기는 제목의 책이다. 3,200여 킬로미터의 애팔래치아 산맥 트래킹에 나선 어떤 이의 여행기가 담겼다.

결코 적지 않은 페이지의 책을 보며 생각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 숲을 트래킹한 이야기가 이렇게 두꺼울 수 있나? 더군다나 후르륵 훑어본 책에는 나뭇잎 사진도 한 장 없다.

그런데, 이 푸른 그림 하나 없는 책이 희한하게 지루하지 않고 (뒷부분은 살짝 지루함) 재밌다. 책을 읽는내내 함께 걷는 것처럼 나도 때론 힘들고 춥고 배가 고팠다. 곰이라도 마주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했으며, 때론 달려가 차를 태워주고 싶을만큼 숨이 찼다.


처음 회사 선배들을 따라 지리산에 올랐을 때 생각이 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상에 오를 것이라며 씩씩거리던 나를 보며 선배들은 정상에 욕심내지 말라고 했었다.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 오를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욕심 부리다 몸과 마음이 다칠 수도 있다고 했다. 정상이란 산의 가장 높은 곳일 뿐. 아무 것도 아니라며 말이다. 결국 정상에 올랐고 그 때문에 꽤나 만족스러운 산행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그게 뭐 대순가 싶다.

"카츠, 우리는 마운트 캐더딘을 못 봣잖아."
그는 내 말을 사소한 말장난으로 무시했다.
"다른 산은 봤잖아. 브라이슨, 너는 얼마나 많은 산들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
(중략)
"카츠가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내가 아는 한 말이야, 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어. 눈 속에서도,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남부에서도 걸었고 북부에서도 걸었어. 내 발에 피가 나도록 걸었어. 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어, 브라이슨!"
"우린 많은 구간을 걷지 않았어, 너도 알다시피."
"그건 사소한 것들이지"
카츠가 코방귀를 뀌었다.

빌 브라이슨과 그의 친구 카츠는 총1,392 km 정도를 걸었다. 애팔래치아 산맥 총 구간 중 절반도 걷지 못함 셈이다. 아쉽지만 괜찮다. 애팔래치아 산맥에 시작과 끝이 있다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걷기 시작하면 시작이고, 멈추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늘 걷고 있지 않은가. 시작도 끝도 없는 길 위에. 얼마만큼을 걸었냐 하는 것은 쓸데없는 기록일 뿐이다.

그들의 트래킹은 참 멋졌다.

Posted by 슈테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