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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5 부족한 여행 (10)
날적이2010/01/05 14:27
여행은 조금 부족해야 즐겁다. 완벽하게 준비된 여행만큼 지루한 게 또 있을까. 완벽히 준비되어야할 것이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나사 하나쯤 풀어 놓은 넉넉한 마음정도?  숟가락 하나 부족한 것에도 벌벌 떠는 친구가 있다면 그 여행은 실패다.

몇 해 전, 지인들과 함께 강원도 인제에 있는 '아침가리' 길을 2박 3일 동안 걸었다. 경치에 취해 걷다 자칫 날이 저물면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될만큼 그곳은 한적했다. 그 길을 오래도록 걷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알아서 식사를 해결해야했다. 물론 가방 가득 간단한 먹거리를 채워 갔다.

하지만, 밥 한끼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배를 위로하기 위해 결국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작은 코펠 하나. 라면을 이리저리 쑤셔 넣었다. 면을 국물 바닥에 깔고 얹히고, 그리고 꽂았다.  과연 이 라면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인가.



라면이 끓는 그 모양새가 우스워 한참을 낄낄대며 기다렸다. 오늘 안에는 완성될 것이여~



얼마 지나지 않아 얼추 라면이 제 모습을 찾았다. 그것도 아주 맛깔스럽게. 살짝 덜익은 면을 좋아하는 나부터 한 젓가락!



차고 넘치지 않아서 재밌었고, 뭘하려고 해도 계속 부족해서 웃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충분히 만끽하는 사람들과 함께여서 더 좋았던 여행.


긴 여행을 준비하며, 무엇을 챙겨갈까 고민하는 대신 무엇을 버리고 갈지를 생각해본다. 




Posted by 슈테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