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기만 한 어린 학생들의 입에서 심한 욕이 쏟아져 나온다. 거침없는 욕. 하지만, 그들의 대화 내용은 욕과 전혀 상관없는 소소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저 습관처럼 대화의 앞뒤에 욕을 붙이는 녀석들. 한 마디 해주고 싶지만, 일단 요즘 학생들이 너무 무섭고,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기에 그냥 지나가는 한 때 같기도 해서 뭐라 말이 잘 나오질 않는다. 물론, 솔직히 말해 전자의 이유가 좀 더 크다. 요즘 애들 왜 이렇게 무섭니.
전혀 안 그럴(?) 것 같은 내 이미지와 달리 나는 중학교 때 입에 욕을 달고 살았다. 친구들이 한, 두 마디씩 욕을 하는 걸 듣는데, 그게 그렇게 따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생각해 보건대, 어쩐지 폼도 나고 강해 보인다는 지극히 내 주관적인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도 나를 보면 공부 잘하는 모범생 같다거나, 학교에서 반장 할(젠장! 한 번도 못해봤다는 거!) 것처럼 생겼다고 하는 말을 많이 했다. 당연히 모범생 이미지는 나쁜 게 아니지만, 각종 매체가 보여주는 ‘모범생’의 이미지는 꼭 공부만 잘하고 나머지는 다 못하고, 융통성 없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남들에게 모범생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를 그런 이미지 안에 가두는 게 싫었던 나는, 욕을 하면 그런 이미지를 탈피함과 동시에 내 친구들처럼 '강한 아이'로 보일 것만 같았다. 마치 우리 집 '영심이'(강아지)가 자기가 겁 많은 것을 숨기고자 누구보다 큰 소리로 짖고,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이런…., 졸지에 강아지와 동급이….)
그래서 나는 집에서 욕을 연습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보니 열여덟로 시작하는 욕에서부터 쌍시옷과 죄 없는 각종 동물이 난무하는 다양한 욕을 창작(?)해내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연습한 욕을, 어느 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시험해 보았다. 친구들은 늘 쓰는 욕이었기에 내 욕에 별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내 귀에서는 열이 펄펄 났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욕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써 감추고 나는 또다시 두 번째 욕을 또 했다. 그때부터 욕은 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2년간 지속되었던 나의 욕하는 습관을 다시 고치게 된 것은 중3 때 한 반에 좋아하는 아이가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는데, 잘 보이고 싶어 예쁜 말만 골라 하는 동안, 신기하게도 내 입에 찰싹 붙은 욕이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그 뒤로 내가 욕하는 걸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사실 내 입 안의 욕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혀 뒤에 숨어 있다. 종종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개’를 등장시키고, 욱하는 마음에 쌍시옷도 등장시킨다. 사람들이 있을 때면 입안에서 웅얼거리고, 혼자 있을 때 밖으로 튀어나오지만, 아주 가까운 친구인 혜미는 종종 실제로 들어야만 하기도 한다.
내 입이 왜 이리 험해졌나 싶지만 요즘은, 한편 배워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욕이 아니고서는 표현이 안 되는 ‘지랄 같은’ 상황이 언제나 대한민국을 ‘익사이팅’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너 왜 그러니. 재수 없어. 웃기고 있네. 미쳤어?’
이런 말로는 정치판에서 지들 배 채우자고 꼴갑떠는 인간을 향해 다 표현 할 수가 없다. 말을 안 하자니 돌겠고 말을 하자니 욕 외에는 단 한자도 들어맞는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착하게 굴며 달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자꾸 그딴식으로 하면, 재미없다 진짜. 잘 좀 해라 좀!
그러고보니 우리집 '영심이'는 자기가 사고 쳐놓고 항상 큰 소리다. 혹시 저들도....뭐한 놈이 성낸다고....., 지금 그러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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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11 욕을 배워둬서 다행? (10)
날적이2007/12/11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