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2010/01/05 14:27
여행은 조금 부족해야 즐겁다. 완벽하게 준비된 여행만큼 지루한 게 또 있을까. 완벽히 준비되어야할 것이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나사 하나쯤 풀어 놓은 넉넉한 마음정도?  숟가락 하나 부족한 것에도 벌벌 떠는 친구가 있다면 그 여행은 실패다.

몇 해 전, 지인들과 함께 강원도 인제에 있는 '아침가리' 길을 2박 3일 동안 걸었다. 경치에 취해 걷다 자칫 날이 저물면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될만큼 그곳은 한적했다. 그 길을 오래도록 걷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알아서 식사를 해결해야했다. 물론 가방 가득 간단한 먹거리를 채워 갔다.

하지만, 밥 한끼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배를 위로하기 위해 결국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작은 코펠 하나. 라면을 이리저리 쑤셔 넣었다. 면을 국물 바닥에 깔고 얹히고, 그리고 꽂았다.  과연 이 라면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인가.



라면이 끓는 그 모양새가 우스워 한참을 낄낄대며 기다렸다. 오늘 안에는 완성될 것이여~



얼마 지나지 않아 얼추 라면이 제 모습을 찾았다. 그것도 아주 맛깔스럽게. 살짝 덜익은 면을 좋아하는 나부터 한 젓가락!



차고 넘치지 않아서 재밌었고, 뭘하려고 해도 계속 부족해서 웃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충분히 만끽하는 사람들과 함께여서 더 좋았던 여행.


긴 여행을 준비하며, 무엇을 챙겨갈까 고민하는 대신 무엇을 버리고 갈지를 생각해본다. 




Posted by 슈테른
날적이2009/10/23 03:13
가장 가을다웠던 어느 주말, 제부도에 다녀왔다. 물길 열리는 시간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해서 한낮의 제부도는 구경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여행이었기에 더 없이 즐거웠다. 그깟 물길쯤 열리지 않으면 또 어떠리. 

시끌벅적한 여행도 아니었다. 계획한 여행이기도 했고 계획하지 않은 여행이기도 했다.  설렁설렁하면서도 나름 바쁘게 움직였던, 조용하면서도 소소한 재미가 있었던 여행.

또 하나의 추억이, 가슴 한켠에 고이 쌓였다.


오후 2시 30분쯤? 제부도 입구에 도착. 물이 차올라 길이 사라졌다.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차량 진입이 가능하다는 말에 잠시 좌절. 그러나, 곧 마음을 추스리고 제부도 인근을 배회하기로 했다.





일단 새우, 전어회무침 등으로 배를 채운 뒤, 낮잠이라도 자면서 퍼져있을 곳을 찾다 포도 한상자를 구입했다! 포도를 파는 그곳에는 작은 마루가 있어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다.




달콤한 포도의 맛, 선선한 바람. 적당한 햇빛.  서울에도 이런게 다 있긴 한데, 이런것에 한 눈을 팔고 살 겨를이 없어서인지, 이런데 와야만 모든 것이 제맛을 낸다.




편히 쉬자, 편히.... (내자리는!!?)



밥을 오래 먹었는지, 포도를 오래먹었는지, 혹은 우리의 대화가 즐거웠는지...,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라. 해가 떨어지는 찰나, 다시 제부도 입구 앞으로 이동!




입구로 가는 길에 보이는 지는 해와 노을이 너무 예뻐 잠시 차를 세웠다. 지구가 돌긴 돈다. 해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보니.




작은 문제가 하나 일어났다. 자동차 타이어에 펑크가 난것이다. 그래, 여행와서 이런 작은 에피소드 하나쯤 있어줘야지!





누군가 타이어 교체에 자신이 있다며 큰소리를 쳤지만, 차 안에 장비가 하나도 없어서 결국 보험사에서 출동했다! 아저씨~ 제가 도와드릴께요~~




 
 열심히 도와 드렸다! ㅎㅎㅎ



타이어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내가 뽑은 제부도 여행의 베스트컷!





해가 지고 물길이 열리고, 드디어 제부도 안으로!!  달빛이 유난히 참 밝았다. 내 앞길도 달빛이 저리 밝게 비쳐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그리고 그렇게 해달라고 하늘에 빌었지만, 하늘은 내 마음을 외면했는지, 여전히 어두운 길위에 내가 있는 것 같다.

어찌되었든! 밤의 제부도! 꽤 괜찮았다.  : )

photo by Rico



photo by Rico


photo by Rico





섬을 한바퀴 휘 돌고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수다를 나눴다. 제부도에서 발견한 유일한 카페는 벌써 겨울이 온듯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인상이 좋은 주인 아저씨, 늠름한 개 한 마리. 그리고 우리 네 사람.




photo by Unkle , 자알~ 찍었네~ ㅋㅋ



하루의 여행이 그렇게 끝났다. 우리가 여행을 한 게 정말 맞는건가 싶을만큼 조용하고 차분하게 마무리되었다. 아, 아쉬운 시간. 특별하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했던 여행. 적어도 나 개인적으로는 말이다.

오래오래, 아주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 함께한 여행자: Stern, Rico, Unkle, Cracker

Posted by 슈테른
22th 스윙댄서2008/11/28 01:26

숨도 못쉬게 바쁜 와중에, 게다가 환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이 시점에, 나는 기를 쓰고 홍콩에 다녀왔다.

바다를 건너고 싶었다. 무엇보다 비행기가 타고 싶었다. 이착륙의 두려움과 짜릿함. 하늘 위를 둥둥 떠가는 기분. 두달 전 부터 계획했던 이 여행을 놓치기 싫었다. 여행은 습관이고, 중독이다. 금단현상으로 몸과 마음이 더 병들기 전에 나는 꼭 떠나야했다.

홍콩에 도착해서. 여행 가방만 봐도 기분이 좋다. 내 가방은 블랙~


나는 홍콩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그닥 관심이 없었다. 쇼핑의 천국, 그리고 멋진 야경. 그 두 가지 외에는 들어 본적도 알려고 해본 적도 없는 나라. 내가 사는 동안 과연 한 번은 가볼까했던 나라 홍콩. 그런 홍콩으로 내가 떠난 이유는, 바로 'Hong Kong Lindy Exchange'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Lindy Exchange'란, 세계 여러 도시에서 주최하는 스윙댄서들의 이벤트인데, 낮에는 그 도시를 함께 여행하고 저녁에 모여서 발바닥에 땀나도록 춤을 추는 행사다. 주기적으로 나라별로 돌아가면서 하는 건 아니고, 산발적으로 여러나라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Karen Tong / on Avenue of Stars by the harbor in Hong Kong


스윙댄스와 여행.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떠나기 전날 단 1초도 잠을 자지 못한 채 밤새도록 일을 하고 1시간만에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홍콩 달러는 어제보다 더 올라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분명 타격이 있긴 했지만 100만원짜리 여행을 200만원을 주고 가는 것도 아니고. 조금 더 쓰는 여행. 이건 나를 위한 선물이다.

비행기가 떴다. 야호!



Posted by 슈테른
날적이2008/10/08 01:51

누구나 각자의 인생에 수많은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나의 키워드 역시 거뜬히 수십개쯤은 된다. 그 중에서도, 내가 앞으로 더 집중하고 싶고, 결코 포기하거나 버릴 수 없는 키워드를 세가지로 줄여 말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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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스윙댄스다.





나머지 키워드는 모두, 이 세가지를 위해 존재한다.

이것 없이는 나머지도 없다.


돈을 버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Posted by 슈테른
분류없음2008/05/15 02:08

처음 소매물도에 갔을때가 2005년이었다.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에 반해 물어물어 찾아간 그 곳. 2006년 11월을 끝으로 가지 못했다. 바닷 바람의 노래가 그립다. 하얀산장의 김반장님과 멋진 풍경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겠지? 아, 도대체 나 언제 갈꺼니... 

(블로그 이사중. 이제 몇 개 안남았음! 끄응~ ^^)


남해 바다가 부르는 바람의 노래를 듣고 왔다. 언제 들어도 그 어떤 멜로디보다 좋다.

살다보니 친구들끼리 시간 맞춰 여행을 떠나기가 힘들어진다. 매년 연말이면 한 자리에 모여 다음 해에는 분기별로라도 만나자며 술잔을 높이 들고 다짐하지만, 사는 게 말처럼 쉽지 않기에. 섭섭하지만 아쉬운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또 다시 다음 해를 기약한다.  

이번에도 수많은 친구들은 역시나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운 좋게도 몇몇이 뭉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남해 바다에 있는 저 아래 작은 섬 '소매물도'로, 우리는 드디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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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더니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모처럼만에 떠난 여행이라 하늘도 감동한 탓일꺼라며 애써 위로했다. 그러고 보니 비오는 섬도 꽤 낭만적이고 분위기 있었다. 17가구 밖에 살지 않는 작은 섬을 넘어 썰물 때면 드러나는 길을 따라 등대섬을 올랐다. 돌탑 위에 내 작은 탑을 올려 소원도 빌었다. 꼭 이루어지길 또 한 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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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소주(이거 진짜 맛났다.)를 주욱 들이키며 해녀들의 손길이 닿은 해삼, 멍게, 전복 등을 만나게 먹었다. 처음 보는 이웃 방의 또 다른 섬 손님들과 함께 밤을 지세웠다. 아, 이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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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작은 섬 위에서 바다를 보고 있을 때면 둥실둥실 파도를 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지면 평화로운 '영원'이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착각일 수도 있고 정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몸을 던져보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기에 그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한 채 바다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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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물도는 남해 바다위에 둥둥 홀로 내버려진 듯 아주 작은 섬이지만, 관광객을 태운 배들이 거제와 통영 쪽에서 몰려오며 수많은 낯선이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시시때때로 번잡스럽기도 하다. 섬의 90%는 서울 사람들 소유라고 하는데, 이미 서울 사람 누군가에 의해 섬 정면의 큰 부분이 새로운 민박집을 공사중이었다. 섬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붉은 벽돌을 보며, 씁씁하고 화가 났다. 부족한 잠자리를 해결할지는 모르겠지만, 섬의 모습을 빼앗아 가고 있었고, 주민들의 수입도 빼앗아 갈 예정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팬션 수준은 아니어도 섬 주민들의 마음이 담긴 소박한 민박집은 있을만큼 있다.)

아름다울 수록 그 아름다움을 빨리 잃어가는 곳. 그곳은 대한민국. 이 땅의 아름다운 곳을 발견해내는 누군가는 혼자 보기는 죽어도 아까운 그런 곳을 과연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부디. 소매물도의 아름답지 못한 변화가 그것에서 끝이 나길 바라며, 나이드신 주민들의 건강을 바라며, 그리고 내 친구들과의 다음 여행이 머지 않아 또 다시 성사되기를 기다려 본다. 우리를 즐겁게 해 주신 하얀산장 김반장님께도 안부를...

- 2006년 11월

Posted by 슈테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