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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5 하늘과 땅사이
뒷BOOK2009/08/25 12:39

그때 눈이 몹시 내렸다. 눈은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곧두박질쳤다. 그러나 지상은 눈을 받아주지 않앗다. 대지 위에 닿을 듯하던 눈발은 바람의 세찬 거부에 떠밀려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형도, 詩作 메모  중에서 (1988.11)


영원이라는 건 없다. 내가 지금 사는 이곳에 언젠가 나는 살지 않을 것이며, 수백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던 노래가 멀미나도록 싫어질 때가 올 것이다. 그가 변해도 내 사랑만큼은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다름 아닌 내가 버리지 않았던가. 나의 순수가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 원래 그런 것이다. 삶이 원래 그런 것이다. 영원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어느 한 곳에도 머물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어딘가에 있을 뿐이다. 하늘과 땅에 닿지 않아도 나는 괜찮다.

그럼에도 故 기형도의 시인의 詩作  메모를 보니 뭉클해진다. 하늘과 지상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 나는 자처하며 살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떠밀려 허공을 맴돈다.

'그러나 나는 그저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앉을 것임을 안다. 바람이 그치고 쩡쩡 얼었던 사나운 밤이 물러가면 눈은 또 다른 세상 위에 눈물이 되어 스밀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때까지 어떠한 죽음도 눈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기형도, 詩作 메모 중에서 (1988.11)

나도 안다. 그러나, 지상에 내려앉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 시간이 참 길어서 누군가는 눈물을 훔칠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 한 치의 위로라도 건낼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Posted by 슈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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