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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0 눈물 소리
날적이2008/05/20 03:23


살짝 취해 들어오신 부모님. 실실 웃으시며 술냄새를 집안 곳곳에 풍긴다.

그러더니 내 방에 들어오셔서는 내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찾으신다. 내 고등학교 졸업사진은 조금 특별하게 찍은 몇 장의 사진이 있다. 일류 사진작가를 불러서 찍었다던가 특수 카메라를 동원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물론 '첫째' 딸의 고등학교 졸업식이기에 부모님이 유난히 들떠,충분히 그럴만큼의 분위기가 났던 건 같긴 하다.

졸업식 사진을 찍은 서너통의 필름 중에는 "슬라이드용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미술시간이나 역사 시간에 선생님들이 교실 전등을 꺼 놓고 자주 돌려주던 그 슬라이드 말이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무슨 사진이냐며, 볼이 발그레진 부모님에게 괜시리 투덜대고는 이내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부모님은 부산스럽게 거실에서 슬라이드 감상 준비를 다 마치고는 나를 기다리셨다. 하는 수 없이 책상 서랍을 뒤져 먼지를 털어내고 필름을 가져다 드렸다. 그리고는 다시 무심한 척 얼른 내 방에 들어와 앉아 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오버더레인보우>, 슬라이드 필름을 보고 있는 두 사람



어느새 10년이 지나가버렸다. 고등학교 생활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정든 교실 기둥을 부여잡고 울먹이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말이다.

부모님도 그렇게 10년을 흘려보내셨다.

거실은 시끌시끌 하다. 나도 살짝 열린 방문사이로 힐끗 쳐다본다. 10년 전 딸의 모습을 보며 사진 한 장 한 장에 참 말씀도 많으시다. 그 사진에는 10년이나 젊었던 부모님의 얼굴도 있고, 파릇파릇한 중학생이었던 내 동생의 얼굴도 있다. 촌스러운 학생들의 멋없는 단발머리와 당장 벗겨버리고 싶은 유행 지난 운동화도 보인다.

쌀쌀한 이 밤까지.. 서로의 술 잔을 기울이며 무슨 얘기를 나누다 오신걸까. 다녀오셨냐는 내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왜 문득 그 사진이 보고 싶어지신 걸까. 같이 앉아 보자는 부탁(?)을 끝끝내 거절하고는 무거운 엉덩이를 의자에 올려 놓고, 이렇게 하염없이 앉아 있다.

부모님의 까르르까르르 그칠 줄 모르는 웃음 소리에서, 이상하게 눈물 소리가 들린다.



* 블로그 이사중. 조금만 더 영차! ^^

Posted by 슈테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