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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9 열 아홉 살의 시
날적이2009/03/19 02:11
십년도 넘은 얘기다. 97년 대학 입학 원서를 써 낼 당시, 나는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 모 대학 문예 창작과에 원서를 넣었다. 문예창작과니 당연히 글쓰기 시험이 있었고, 나는 3시간 동안 온 힘을 다해 머리를 쥐어짜내야했다.

사실 나는 힘들게 부모님을 설득한 게 부끄러운 정도로 문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있었을 뿐, 일기 말고는 적극적으로 글이라는 것을 제대로 써 본적이 없었다. 그저 수업시간에 교과서 대신 몰래몰래 소설책을 훔쳐보던 철없는 학생이었다. 때문에 나는 3시간 동안 시.소설.수필중에 하나를 써야 하는 시험을 어떻게 치뤄야할지 막막했다. 그러다 결론을 내렸는데, 내가 그 시간 동안 길게 써야 하는 소설이나 수필은 도저히 시간 내에 할 수 없다는 것이였다. 짧게라도 써 낼 수는 있겠다는 생각에 나는 시를 쓰기로 결심했고, 고심 끝에 한 줄씩 적어 내려갔다. 짧게 써도 된다는 장점이 나로 하여금 내 인생의 첫 시이자 마지막이 될 시를 쓰게 한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모 대학은 나의 글을 받아 들여 주었다. 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라 해서 온갖 의미를 부여해 놓은 게 성공의 요인이라면 요인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정말 시를 잘 썼던 것일까? 나는 타고난 시인? ㅎㅎ 물론 후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열 아홉살의 한 어린 소녀가 썼다 지우기를 반복해 지저분해진 시험지에 남은 고민의 흔적을 높이 사 준 탓이었지 않을까 싶다.

'처음이 부끄러운 것은 적어도 처음보다 낫겠지라고 생각하는 오만한 욕심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시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다음 작품(이 있을까마는)이 절대로 나아지지 않을 확신 때문이다. 이로써, 내 인생 최고의 시가 되는 것이다!!

어린 날, 시험장에 앉아 머리카락을 쥐어 뜯어가며 써 내려 간 나의 풋풋한 고뇌의 모습이 그려져서 나는 나의 이 시가 무척 귀엽다.



<산길>

숨을 헐떡이며 걸어온 이 길을
이제서야 돌아본다.
어디쯤에 와 있는건지.
얼마만큼을 더 가야 하는건지.

날 품에 안고 흐느끼던 어머니는
이승이 싫다 하셨다.
이른 새벽녘 숲 우거진 저 산길로
사라져 버린 어머니.

어머니 따르려다 상처입은
무릎 언저리의 빨간 자욱은
아물지도 않는구나.

마음에 응어리진 미운 마음은 어떡하고
미워도 보고픈 슬픈 마음은 또 어떡할까.

이제, 내 주위엔
아무도 없다.
평평하기만 했던 길도 끝이 났다.
돌뿌리도,
험한 계곡도 보인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이 길 걸으면
우리 어머니 만나려나.

힘에 겨워 주저 앉은
내 머리위로
까치 한 마리가 울어 댄다.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 끝날 이 산길..

다시 걷는다.


Posted by 슈테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