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5/13 독일어, 놓을 수 없는 나의 언어 (1)
  2. 2007/09/14 요즘 독일어를 배우는 사람도 있어? (9)
날적이2009/05/13 02:50
뭔가 채워지지 않는 새벽. 독일어 책을 펼쳐들었다.

독일에서 꿈같은 1년을 보내고 온지 10년. 그래도 아직 인사말은 기억나는게 다행일 정도로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독일에 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부모님 허리가 휘청거리는걸 보면서도 두 눈 질끈 감고 못 본 척 다녀온 독일. 고작 이러려고 다녀왔나. 물론 내가 배운 것이 단순히 언어만은 아니었지만, 문화체험 하려고 물건너 다녀온 건 아니지 않았나.

한국에 돌아와 번역 몇 개 하고, 독일 자동차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차 값을 깍느니 마느니 하는 실랑이를 하며 전화기를 붙잡고 씨름한 몇 개월, 그리고 약간의 아르바이트(이거 독일어다!--;;)! 이것이 전부였던 것이었다!

전공을 살려 일하지 않는 건 괜찮지만, 내 몸 안에서 사라져가는 독일어는 자꾸만 아쉽다. 독일어 역시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평생 포기가 안되는 것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아이고.

불현듯 떠오른 독일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찾았다. 여주인공이 독일어로 부르는 노래가 유난히 아름답게 들린다. 누가 독일어를 딱딱하고 차가운 언어라 했는가. 이렇게 예쁘고 고운데.... 



Einsame Sonntage hab ich zuviel verbracht
Heut mach ich mich auf den Weg in die lange Nacht
Bald brennen Kerzen und Rauch macht die Augen feucht
Weint doch nicht,Freunde,denn endlich fuehl ich mich leicht
Derletzte Atemzug bringt mich fuer immer heim
Im Reich der Schatten werd' ich geborgen sein
Trauriger Sonntag

따라 불러야지~  : )

Posted by 슈테른
날적이2007/09/14 10:40

독일어는 내 운명?

# 나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아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있었으나 배우는 '나'는 없었으니, 그냥 그런 수업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해야겠다. 때문에 3년 내내 내 독일어 점수는 평균 40점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근근이 살아남아(?) - 늘 얘기하지만 기적적으로 - 대학에 갔다. 수능 점수에 맞춰서 억지로 대학에 갔더니, 아뿔싸. 나는 독일어과에 입학해 있었다


# 대학 입학 후 1년이 넘도록 나는 독일어를 읽을 줄조차 몰랐다.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기대하지 않았던 대학생활이 각종 동아리 활동으로 나에게 의외의 즐거움을 주면서 가뜩이나 구역질 나는 독일어와는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학사경고장이 날아들었다. 공부 못한다고 대학에서도 뭐라 할 줄이야…. 제길! 어떻게든 메워 보려고 고민을 했는데, 방법은 하나였다. 졸업할 때까지 매 학기 꽉꽉 채워서 강의를 듣되, 단 한 학점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등록금을 한 번 더 내고 학기를 연장해서 다니던가 졸업할 때까지 돈 먹는 하마와 같은 계절학기를 꽉꽉 채워 들어야 할 판이었다. 도대체 그 누가!!! 나에게 대학이 자유롭다 했는가!! 이렇게 '빡센' 것을.

# 나는 어린 시절, 대학보다는 대학로에 관심을 더 보이며 연극배우를 꿈꾸던 고교생이었으나, 어르신들이 인도해주는 평범한(?) 그 길을 박차고 나올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묵묵히 대학 문을 열고 들어섰으며, 당장 그만둘만한 배짱 또한 없었기에 어느 날 큰 결심을 했다. '그래, 등록금은 건지자.'. 등골이 휘어지게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니 그게 또 그렇게 갑자기, 쉽게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인연을 맺은 독일어는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재미가 붙다 보니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그러다 수개월간 독일에서 공부하게 되는 행운까지 거머쥐었고, 정상적으로 8학기 만에 졸업도 했다.


당신은 필요 없어요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친구들과

# 헌데졸업을 했으나 갈 곳이 없었다우리 집 소형차가 어느새 팔려나가고그 돈이 생활비가 되는 상황나는 어떻게든 을 벌어야 했고돈을 벌려면 취직을 해야 했다그러나…, 갈 곳이 없었다
.

나는 영어도 못했고, 경영학과 졸업생도 아니었고, 명문대 출신도 아니었고, 키도 작고 눈에 띄지도 않았다. 이런 나를 데려가 일을 시킬 회사가 있을 리가 없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약간의 독일어뿐. 수십 개의 입사지원서가 경쟁하듯 미끄러졌다. 모두 한결같은 대답을 했다.당신은 필요 없어요.” 

나는 썩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럭저럭 의사소통이 될 만큼의 독일어 실력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영어가 아닌 독일어를 원하는 곳은 대개 고급 언어의 세계(이를테면 동시통역이나 번역) 뿐이었다.

# 현실에 이끌려 살다가 독일어와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졸업 후 또다시 그놈의 현실 때문에 독일어와 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영어와 가까워지고자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별로 친해지지 못했고, 복잡하고 힘든 과정 끝에 독일어도 영어도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되었다. 

그때 알았다. 나는 졸업 후에 갈 곳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회사'라는 곳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갈 곳을 제대로 찾지 못했던 것이었고 독일어를 배우면서 단 한 번도 독일어와 관련된 내 미래를 그려보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는 것을, 스물일곱의 12월 무렵에야 깨닫고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나는 적으나마 경제활동을 해야 했기에 일단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취업에 목말라 하던 그때, 사회에 먼저 발 디딘 선배들은 대기업이나 중, 소기업 등 가릴 것 없이 나에게 토익의 중요성에 대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강조했다. 독일어과 교수가 되거나 통역대학원을 목표로 공부할 생각이 없다면 그것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어디를 가더라도 너의 전공을 내세우지는 마라.

물론, 주변 사람들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가 만들어낸 어떤 틀 안의 것을 목표로 했을 때에만 해당하는 말이었다. 가까운 미래만 본다면 당연히 독일어는 가치 없는 언어일지도 모른다. 국제적으로 가장 첫 번째로 통하는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인 것이 하나의 이유일 것이고, 한국의 현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중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그 수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요리사만 요리를 해야하는 건 아니지

# 그럼에도, 독일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있어야 한다.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스페인어, 아랍어, 체코어를 공부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 실력이 모국어 뺨치듯 하지 않아도 그런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

번역을 하고 통역을 하거나 외국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만이 외국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요리사만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어머니도 만들고 옆집 아저씨도 만드는 요리의 다양한 손맛이 많은 삶의 풍경을 만들어 내듯이 언어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같은 독일어를 두고서 저마다 다른 역량을 가지고 경험을 하고, 그래서 그 숫자만큼이나 다른 삶을 다른 사람과 풍부하게 공유할 수 있다. 

나는 독일어를 공부하는 동안 독일어만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문화를 배웠고, 유럽 사회를 배웠고, 역사를 배웠고, 또한 삶을 배웠다. 그리고 독일어로 연결된 숱한 인연을 만나면서 내 삶이 다채로워졌다. 하지만, 그 어느 회사도 그 사람의 언어 이면의 세계를 평가하지 않는다. 

# 어느 날 내다버린 독일어를 다시 하나씩 주워담으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번역도 하고 통역도 할 수준에 이르면 더욱 좋겠지만, 내 목표는 아니다. 독일을 여행할 때 그곳의 사람들과 더 깊게 만날 수 있으면 되고, 체코에서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체코인을 만나 담소를 나눴던 그 경험이 한 번만이라도 되살아난다면 충분할 것이다. 그걸로 내 삶의 자양분을 또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다면 독일어를 공부하는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욕심을 하나 부리자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와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서로 술술 읽고 싶다는 거.

누구나 외국어를 공부 할 필요는 없다

# 매우 두서없는 이 긴 글의 끝에 내가 말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누구나 외국어를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그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아마 독일어를 전공하게 되지도 않았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대학에 갈 필요도 없으니
.

가난한 연극배우가 되어 대학로 한구석에서 배고파하면서도 좋아하며 살았을지 모르겠다. 혹은 정말 잘 돼서 세계적인 배우가 됐을 수도 있는 일 아닐까
? 내가 교육받은 '삶'에 대한 기준이 달랐다면 아마 나는 어느 쪽이든 행복할 것이다.

다행히 결과적으로 내가 독일어에 취미를 붙여서 다시 공부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결코 바람직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쨌든 찝찝한 일이다.

헤아리기 어려운 다양성을 갖춘 세상을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현 상황으로 봐서는 아주 오래 걸릴 듯싶지만. 그래도 그런 날이 아주 오지 않지는 않지 않겠는가? (이 문장 정리 안되네.) 모두가 영어에만 매달릴 때, 모두가 대기업 입사를 꿈꿀 때, 너도나도 무역업을 하겠다고 할 때, 길에 차이는 사람이 모두 사장님일 때, 대한민국은 정말 심심한 지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나는 내일부터 취미로독일어를 공부한다남들은 정신 차리고 영어나 잘하라고 하지만.
Posted by 슈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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