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극장2009/10/01 02:29

잔뜩 기대를 하고 본 영화 <하바나 블루스>. 예상한대로 흘러가는 줄거리는 살짝 싱거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음악이 있어 신나게 봤다. 차마 몸을 흔들 수는 없었지만 가끔씩 손가락과 발가락을 까딱거리면서 쿠바에 취했던 2시간. 어떤 장면에서는 스크린 안의 배우들의 노래가 끝난 후 박수를 칠 뻔 하기도했다.

<하바나 블루스>는 음악영화다. 하지만, 나에겐 '뮤지션들의 이야기' 보다는 '사람들의 이별'이 더 크게 머리에 남았다.

삶이란 모두 함께 걸어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으며, 종종 그 길 위의 한 접점에서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살고 있다. 때문에 영원한 관계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영원할 것만 같은 관계가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영원'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한다는 것은 슬프지만 감내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이별'을 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가진 '사람'이니까. '영원'을 떨쳐 버리자.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영원이라는 것을 기대할수록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해지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제 이런 사실쯤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익숙한 나이가 되고도 남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또 다시 '아차' 싶었다. '영원한 관계'. 가질 수 없기에 더욱 탐나는 것일 뿐. 언제 또 이별을 하게될지 모를 나의 오늘의 인연들. 소중하게 기억 속에 저장해본다. 떠나때는 가볍게 손도 흔들어 줄 수 있는 준비도 함께 해둬야지.

영화 속에서 이별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모두에게,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하며 살고 있다고,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토닥여 주고 싶다.


Posted by 슈테른
삼거리극장2009/07/22 02:00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이 사는 게 아니라 그저 견뎌내는 순간의 연속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다. 아침에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는 것을 시작으로 이래저래 잘 풀리지 않았던 하루. 다행이도 그 하루의 끝에 만난 영화가 그런 나를 위로해주어 2009년 7월 21일이 최악의 날이 되는 것을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 

2001년 나를 사로잡았던 영화 <타인의 취향>의 아네스 자우이 감독이 만든 새 영화 <레인>. 나의 큰 기대를 하나도 져버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촉촉한 무지개 같은 느낌이었다. 극적인 상황 없이도 적절하게 긴장하며, 가끔은 낄낄대며, 때로는 뜨끔한 대사에 놀라며, 그리고 동시에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유쾌하게 볼 수 있었던, 이 여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비가 걷히고, 오랜만에 날이 맑았다. 반나절쯤 적응이 안되더라. 그러다 또 적응했다 싶을 때쯤 비가 내리겠지? 어느날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불더니 추워질테고, 곧이어 눈이 내리겠지. 얼어 붙은 손발에 호호 입김을 불어 주다보면 다시 잊고 있던 봄이 오고 있을거다.

그깟 비 좀 내린다고! 쫄지 말자! 언제나 화창 할 수 없는 것 뿐이니.


Posted by 슈테른
삼거리극장2009/05/21 00:59
지난주 금요일, 아주 오랜만에 인디스토리에서 하는 금요 단편 극장을 찾았다. 최근 개봉한 볼만한 신작 장편영화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날따라 왜 금요 단편 극장이 땡겼는지 모르겠다. 종로에 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고, 낙원상가 뒷골목의 썩 상쾌하지 않은 냄새가 불현듯 그리워서였는지도. (나 요즘 외롭나?) 

네 편의 단편영화를 연이어 본 소감은, 역시나 '어렵다'는 것. 짧은건 어렵다. 단편영화가 그렇고, 시가 그렇고....또...?  하지만 뭐, 중요한 것은 내가 그것을 통해 뭔가 감동을 받거나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거나, 혹은 즐거운 시간이 되었느냐, 하는 그런 것 아니겠는가. 제 아무리 세계가 인정한 영화라고 해도 내게 한치의 감흥도 일으키지 못한다면, 적어도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니.


이슬 후(後)
줄거리 요약을 읽어보면, 낙태수술을 하고 돌아온 소녀가 미역국을 끓이는데, 그것이 단순히 자신만을 위한 것은 아니고, 생일을 맞은 엄마를 위한 것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어디서도 그 사실을 알아낼 수 없었다. 전단지에 친절하게 씌여있는 내용도 찾기 힘는데, 감독이 의도한 바를 찾는 것은 더 어려울 수 밖에. 한 마디로 내 취향은 아니다. ^^



송한나
깜찍한 영화였다. 송한나라는 아이의 다소 황당한 용돈벌이(자신의 자취방을 커플들에게 몇시간씩 싼값에 빌려주는..--;;)가 좀 흥미로웠고, 그녀의 짝사랑 얘기가 풋풋했다. 냄새만 맡아도 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는 송한나의 Life&Love. 사람이 잊지 못하는 건 얼굴이 아니라 사람의 향기라고 한다. 나 역시 한나 같이 냄새만으로도 그의 흔적을 느낀다. 그래서였을까. 재밌고, 살짝 유쾌한 영화.



우리 학교 대표

당돌한, 그러나 예쁜(난 이 영화에서 이게 포인트인 것 같다) 여학생의 어른 흉내. 애들은 다 보고 배우는거다. 내가 잘해야 대대손손 명랑사회가 만들어질텐데.. 나도 그렇고 우리 어른들.. 어쩔 것이냐고 도대체!! 어쨌든 영화는 재밌었음.




우리 집에 왜 왔니?

전체적으로 이 역시 내 취향의 영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재밌게 봤다는 사실. 칼을 들었다고 이긴 것이 아니며, 반대로 그 칼을 빼앗았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다. 인생이란 언제나 돌고 돌고 또 도는 것. 꼭 착하게 살고 싶진 않지만, 남에게 악한 마음을 품을만큼 나쁘게 살고 싶진 않다. 



단편영화를 챙겨볼만큼 좋아하진 않지만, 소소한 맛이 있어서 가끔 관심이 간다. 몇백만명의 곽객이 보지 않아서 또한 좋다. 모두가 '박쥐'에 열광할때, 가끔 딴 길로 빠져주는 센스! (박쥐를 보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Posted by 슈테른
삼거리극장2008/04/16 00:39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박두만 형사(송강호)가 유력한 용의자(박해일)에게 묻는다. '근데, 밥은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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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대사인지는 모르겠다. 저 장면을 보면서 난,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가끔 나에게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늘어 놓으신다. 그저 딸이니까 몇마디 늘어놓고 싶으실 때가 있으실 것이다. 그럴때 난 그냥 아무말 없이 듣기만 하면 간단한 것인데, 왜 그렇게 성격이 꼬였는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엄마의 말을 가로 막곤 한다. 엄마의 의견이 옳지 않다고 생각되더라도, 가끔은 딸이라는 이유로만으로도 아무말 없이 받아줄 수 있는 착한마음이 필요한 법. 잘 알면서도 늘 마음만 그럴 뿐, 늘 여지없이 엄마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밖에 나가서는 사람들 얘기를 잘 듣고, 싫은 소리도 어지간하면 안하고, 마음에 없는 말도 곧 잘 하는 내가, 집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알면서도 바꾸지 않고 있기에 더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겠지만, 솔직히 앞으로 어찌어찌하겠다는 자신이 서진 않는다.

이런 못된 딸이 저녁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는 뭐 그리 중요하다고! 하소연을 하려다 더 속상해지는 우리 엄마는 물었던 말을 또 묻는다. "근데, 저녁은 먹었니?"

새벽 3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가도 엄마의 첫 질문은 항상 똑같다. 정말 밥을 먹었는지 궁금하기도 했겠지만, 딸과의 대화가 또한 그립다는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떨어져 살고있는 요즘도 우리 엄마는 가끔 만날 때도, 전화를 통해서도 여전히 같은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신다. 어디 우리 엄마만 그러겠는가.

Posted by 슈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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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극장2008/03/25 03:18


사이버 공간 안에서 사람들을 얼마만큼 자신을 드러내고 있을까? 오프라인 현실에서는?

나에 대해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얘기한다. 가만히 들어보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때론 그것은 나의 일부를 표현하기에 오해를 만들때도 있지만,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누군가의 말처럼, 타인에게 일일이 나를 설명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 적당히 이해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수 밖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이버 공간 안에서도 오프라인 현실속에서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이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후아유>


형태

(뒤돌아가려는 인주를 붙잡고) 널 좋아해...그래서 숨길 수 없었어. (열 받아서) 좋아하게 됐어...너..이 말뜻이 뭔줄 몰라?

인주
누구를? 나를? 별이를? 도대체 누굴 좋아한다는 거야? 그런 말이 그냥 쉽게 나와? 지금 게임하냐?

형태
너는 지금 누구한테 화내는 건데? 지형태야, 멜로야? 솔직히 말해. 니가 상상한 멜로가...나여서 화난 거 아냐? 나같이 한심한 놈이어서? 월급 받은 지가 언젠지도 모르겠고...매일 사무실에서 꾸겨져 자.. 대박대박 하면서 겜 많이 팔아먹을 생각만 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라... 그래, 다 동전으루 보인다! 그런 놈이 멜로여서...진짜...미안하다... 니 상상처럼 멋지지 않아서...미안하다...

인주
너 열등감 있구나? 그래서 컴퓨터 안에서만 사는구나. 진짜..불쌍하다...

형태
웃기지 마! 난 적어도...현실과 그곳을 착각하지는 않아,너처럼...

인주
나에 대해 아는 척 하지마!!!

인주 걷는다.

형태
그래...넌 스스로 남들 앞에서 자신을 잘 포장한다고 생각하지? 괜히 즐거운 척....용기 있는 척...그런데...사실 널 봐. 혼자 있을 때만 편안하지? 누구한테 속마음도 못 털어놓고... 잘 안 들린다는 게 불행해서 아무 것도 못하지? 아는 척이 아냐...나는 너를 다 알아!!!

정말?

Posted by 슈테른
TAG 후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