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에 해당되는 글 67건

  1. 2012/01/05 시작이 시작 (2)
  2. 2010/04/21 공평한 토대, 무상급식
  3. 2010/03/18 망설임 없이 떠난 안면도 여행 (2)
  4. 2010/03/11 우린 제법 잘어울려요~ (7)
  5. 2010/02/03 추억을 되살리는 작업 (11)
날적이2012/01/05 02:31

새해가 되면 항상 새 다이어리에 이런저런 계획을 빼곡히 적어 넣는다. 새해라는 말이 주는 에너지 때문일까? 달력 한 장 넘겼을 뿐인데,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아난다. 덕분에 다이어리 한가득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계획이 수북히 쌓인다. 당연히 대게는 실행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목표. 잘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자씩 적다보면 새해 계획은 점점 더 거창해진다. 

*

2012년이 된 지 엿새가 지났다. 다른 해와 달리 나는 아직까지 새 다이어리를 준비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점점 더 화려해질 것이라 굳게 믿었던 삶이 예상외로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뭔가 새로운걸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생각만해도 피곤한 일이 되어버렸다. 벌려져 있는 일들을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한 해가 가버릴 것 같은 불안함. 수습이라도 되면 다행.

*

내 나이 이제 서른 다섯이다. 서른살이 되었을땐 만세를 불렀는데 다섯살 더 먹고 나는 왜 한숨을 쉬게 됐을까. 많아진 나이는 아무렇지 않은데 잃어버린 것 같은 5년의 시간이 아쉽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거나. 혹은 너무 많은 것을 했거나. 5년의 시간의 끝에 막다른 골목에 갇혀 버렸다. 이 길로 걸어올 수 밖에 없었다고 많은 사람들한테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놨다. 문자 그대로 구질구질했다. 모든 건 내 선택아니었나. 원망말고 새로운 선택을 하자고 마음을 다독인다. 과거는 수정할 수 없지만 미래는 만들 수 있으니까. 다행이다.

*

나에게 묻는다. 커서 뭐가 될래?
언제나 시작이 시작이다. 



(*생각해보니 계획 하나 있다. 자신감 충전!)

 

Posted by 슈테른
날적이2010/04/21 01:53
전면 무상급식 주장에 대해 누군가 '사회주의를 하자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이들의 먹는 문제에까지 색깔론을 덮어씌우려는 저열함을 비웃어주는 한편, 당당하게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원칙, 즉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려면 부모의 처지와 관계없이 아이들에게 평등한 출발점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먹고 입고 공부하고 자라는 문제에선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한 토대를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그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사회는 봉건/게급의사회의 다른 이름이다. '어린이 사회주의'야 말로 자본주의의 전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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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1 803호 <만리재에서> 중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 것 같다. 점심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근처에 가면 잘 씼지 않은듯 냄새가 났고, 감지 않은 머리는 갈라지고 기름져 있었다. 점심시간에 그 친구가 하는 일은 친구들이 앞뒤로 삼삼오오 밥을 먹는동안 그저 가만히 두 팔을 책상 위에 모으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서는 부끄러운듯 눈치를 보며 눈동자를 굴리는 것 뿐이었다. 가끔 담임 선생님이 도시락 뚜껑을 그릇삼아 아이들의 밥과 반찬을 모아 그 친구에게 주기도 했다. 혹은 학급 임원들을 시켜 챙기게 하기도 했지만, 아무도 챙기지 않아 굶는 날도 많았다. 

그 친구는 늘 외로웠다. 도시락을 챙겨오지 못했고, 그 때문에 함께 나눠먹을 반찬이 없으니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를 갖지 못했다. 나 역시 그 친구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냄새가 나서 싫기도 했고, 나서서 그 친구를 챙길 용기도 없었다. 딱 한 번. 그 친구의 얘기를 들은 엄마가 어느날인가 한 번 점심을 따로 챙겨 줘 전해줬던 기억만 살짝 남아 있을 뿐이다. 

교실에서도 운동장에서도, 등굣길에도 수업시간에도, 그 친구는 늘 혼자였다. 심지어 소풍을 가서도 그 친구는 늘 혼자였다. 같은 반 친구들이 각자 싸온 김밥을 하나씩 모아 건네주긴 했지만, 그 누구도 함께 둘러 앉지 않았다. 산처럼 수북히 쌓여 있던 김밥이 그렇게 외로워보일 수 없었다.

잘 먹지 못한 탓인지 작고 마른 체격이었고 언제나 기운 없는 모습이었다. 어쩌다 선생님이 발표를 시키면, 귀기울여 들어도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선생님들은 더 크게 하라며 그 친구를 나무랐지만, 곯은 배를 움켜쥐고 하루를 버티는 그 친구가 어찌 더 큰 소리로 말을 할 수 있었겠나 싶다.

선택한 적 없이 물려받은 '가난'. 가난은 그 친구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가방을 챙기는 일도,
몸을 단정하게 하는 일도 서툴 수 밖에 없는 어린 나이의 친구를 돌봐줄 부모님의 시간, 그 때문에 제대로 챙겨 본 적이 없는 점심 도시락, 도시락을 함께 나눠 먹을 친구, 그리고 공부하고 뛰어 놀 기운까지...

이 친구의 기억이 '그땐 그랬다'는 옛날 이야기이길 바라지만, 놀랍도록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누군가의 현실이다. 아이들의 밥 한끼를 빼앗지 못해 안달인 이상한 사람들이 땅에 살고 있다. 너는 뭐 먹고 자라 그러니 대체?
Posted by 슈테른
날적이2010/03/18 12:04

불쑥 떠난 여행이 얼마나 즐거운지, 그래서 또 얼마나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는지는 다녀온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토요일 밤 11시. 충동적으로 떠난 안면도 여행.

어디로 갈까? 안면도 어때? 

단 두마디를 주고 받은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면도로 떠났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여행이었다. 내일 아침이 아니라 '지금 당장' 떠나는 여행. 갈아 입을 옷도 없고 늘 가방 안에 있던 로션도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다. 그래 뭐, 어떻게든 되겠지. 여행은 원래 그렇게 하는거니까.

얼마나 깔깔대고 웃었는지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술 한잔 들이키고 웃고 또 들이키고 웃기를 반복하며 보낸 안면도에서의 하루. 서울을 떠난지 정확히 24시간 후에 다시 출발지로 돌아온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그 시간을 되짚으며 혼자 실실 웃어본다. 우리의 시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어떤 방법으로도 다 표현해낼 길이 없어서 안타깝다.

































다음 여행은 언제가 될지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Posted by 슈테른
날적이2010/03/11 01:14
오늘 태릉선수촌 빙상장에 가서 '이규혁 선수'를 만났다.
유명인과 기념사진을 찍는다는게 좀 부끄럽고 낯간지럽지만 그래도 한 컷 찰칵!

근데..., 우리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
딱 내 스타일인데.. : )



안되는 걸 알면서도 도전해야한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는 이규혁 선수의 인터뷰가 잊혀지지 않는다.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아쉬움. 그리고 더 이상 도전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 그의 마음 속이 얼마나 복잡했을까. 그 인터뷰 기사를 읽을 때쯤 내 마음이 꼭 그와 같아서 눈물이 났다. 계속 울고 싶어 그 기사를 몇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세상에는 안되는 걸 알면서도 도전해야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도전조차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보다 더 많을 것이다. 잠시 마음이 아팠고 울었으니 그도 나도 이제 됐다. 툭툭 털고 다시 앞으로!




Posted by 슈테른
날적이2010/02/03 21:37
오래된 테잎이 하나 있다. 20년도 더 된 낡은 테잎. 

이 테잎에 담긴 소리가 너무 오래되서 혹시라도 사라질까봐 늘 걱정이었는데, 참 운이 좋게도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멋진 직업을 가진 친구를 만나, 사라질지도 모를 꼬마의 목소리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 테잎 안에는 열 살 자리 꼬마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부끄러움이 많았던 내가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연기하며 선보인 동화 '생일 선물'. 철없는 아이와 엄마, 그리고 할머니, 나레이션까지. 하나도 그럴듯하지 않지만 열심히 애쓰며 동화를 들려주는 내가 참 귀엽다. 


추억을 되살리고 있는 엉클씨. 20여년 전 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부끄러워 하는 나.


이 기록이 영원히 보관되어야할 이유는 하나도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온전하게 보관하고 싶었던만큼, 불안한 테잎을 안심할 수 있는 파일로 되살린 이번 작업은 나에게 너무 귀한 시간이었다. 작업을 지켜보는 내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추억을 되살려준 엉클씨. 작업을 기록해준 친구 힐러리. 모두에게 땡큐! : )



 <생일선물>, 성일 초등학교 3학년 꼬마 슈테른







Posted by 슈테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