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이후에 영화관 근처에도 못가봤다. 격동의(?) 시간이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머리가 팽팽 돌고, 눈알이 빠질 것만 같다. 회사를 옮겼고, 새로운 애정전선이 생겼다 사라지고, 여전히 집없이 떠돌고 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영화관을 두고 살았던 때가 살짝 그립다. 나의 친구가 되고 위로가 되어주는 스크린을 마주보고 싶다. 오늘 밤. 아무래도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스르르 옮길 것만 같다. 기분이 꼭 뭐 같은 날이다. 영화로 위로 받고 와야지.
아래는 영화관 앞에 살던 때 쓴 글이다. 오늘도 혼자 갈 예정이다. 흐흑. (왜 우니?)
혼자 놀기는 계속된다
영화관 앞에 산다는 건 누구나 부러워 할 일이지만,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 앞에 산다는 것은 별로 그럴 것도 아니다. 특히, 나처럼 혼자 영화보기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때론 슬픈 일이기까지 하다.
어느 때고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티켓은 항상 매진되어 나를 위한 자리는 없는 영화관. 아니, 있다고 해도 맨 앞 줄 좌우이거나, 맨 뒷줄 좌우이거나. 최악의 경우, 양쪽으로 커플들을 앉혀 놓고 가운데 껴(?) 앉아 팝콘을 씹어야 하는 상황이거나. 그보다 더. 더. 더 견딜 수 없는 것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속삭임. 혼자 영화를 보던 춤을 추던 댁들이나 감상 잘 하시란 말이지, 내 말은.
주말 동안 이틀 연속으로 아침일찍 영화관을 찾았다. 간만에 혼자 가려니 나답지 않게 새삼스럽게 쑥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는 콜라와 과자 부스러기를 양손에 들고 당당히 입장! 그리고는 옆자리에 주욱 앉아 있는 대여섯명의 사람들과, 마치 일행인듯 자연스럽게 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스윽.
와그작와그작 과자를 씹어대며, 낄낄낄 웃기도 하면서, 급기야는 눈물까지 몇 방울 흘려주며 영화에 몰입했다. 그러는 내내 불편한 다리를 열번쯤 바꾸어 꼬아 앉았을까. 영화는 끝이났다.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화의 여운을 느낄 틈을 어느 누가 나에게 주었던가. 감히 극장에서. 어쩔 수 없이 스크린과 나와의 교감도 끝이났다.
사람들은 다시 둘, 셋씩 짝을 지어 내 옆을 지나가고, 그들 중 1/3은 멍하니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바라본다. 도대체 너희들, 뭘 보러 극장에 온거니? 사람 처음보니?
뭐든 혼자하는 것을 독특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나처럼 혼자 놀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참 성가신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혼자 놀기는 절대로 멈출 수 없다.
삼겹살 1인분을 혼자 먹는 그날까지! 혼자 놀기는 계속된다. 주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