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가 넘도록 짐을 싸고, 또 풀고, 또 싸고를 반복했다. 혼자 떠나는 산행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짐을 챙기는 내내 가슴을 쿵쾅쿵쾅 뛰게 했다. 어렸을 때, 아빠가 새벽부터 날 깨우며 산에 가자고 할 때는 그렇게도 싫더니만, 이제는 혼자서 가겠다고 바득바득 짐을 꾸리다니. 나 조차도 깜짝 놀랄 일이다.
작년 6월과 9월. 날다람쥐 같은 선배들을 따라 지리산에 올랐었다. 때가 되면 밥도 챙겨주고, 위험할 땐 손도 잡아주고, 재밌는 농담으로 몸의 피로를 잊게 해준 선배들 덕분에, '일반 운동화'를 신고 따라나선 어처구니 없는 준비에도 불구하고 천왕봉을 찍고 내려 올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이번엔 혼자다. 필요한 모든 것을 내 배낭 안에 넣어가야 하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밥도 하고 찌게도 끓여 먹어야 한다. 힘이 들어도 혼자 실없는 얘기를 중얼거리며 참아야 하고, 낯선이에게 손을 뻗으며 도움을 청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떠난다. 목까지 차고도 넘는 나의 거친 숨소리도 조용히 듣고 싶고, 잠시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때면 콧노래도 부르고 싶다. 어느 바위 위에 앉아 한없이 바람소리를 귀에 담으며 작은 시집 한 권을 꺼내어 읽고도 싶다.
내일 밤, 기차에 내 몸을 실을꺼라 생각하니 미치도록 설렌다. 이래서야 잠이 들수 있으려나. 아무리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출근 시간은 변하지 않는데... 쩝.
* 일정: 8월 12일~8월 14일(2박 3일) / 8월 11일(금요일) 마지막 기차를 타고 출발.
* 코스: 성삼재 - 노고단 - 벽소령 - 세석 - 장터목 - 천왕봉 - 중산리
분류없음2008/04/01 14:06
[블로그 이사중] 나홀로 지리산 종주기 업어오기. 때는 2006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