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2009/11/24 12:58

강남역 사거리에 바람이 몰아친다. 리어카는 자리를 잡지 못한 채 휘청이고, 한 켠에 매달린 까만 봉지는 위태롭게 흔들린다. 출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리어카. 리어카 주인 아저씨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진다. 아침 먹거리를 팔아야 하는데 시간은 계속 흐르고 적당히 정착할 자리도 눈에 띄지 않고, 바람마저 훼방을 놓는다.

강남역에서부터 마을버스로 두 정거장 되는 거리에 있는 회사까지, 오랜만에 걸어 가기를 자처한 그 날. 우연히 마주친 광경이 내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수많은 것들이 신경 쓰이는 겨울. 양볼에 스치는 매서운 찬바람과 쏟아지는 눈을 기대할 수 있는 설렘 때문에 겨울을 사랑하지만, 이런 마음을 한없이 누리기에는 눈에 밟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마음이 온전히 편하지 않다. 

겨울이 왔다.





Posted by 슈테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