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2009/10/06 17:27

"얘들아, 대학에 가면 니들 뒤로 남자가 줄을 서거든!?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렴."

선생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믿지 않거나, 일단 의심부터 하곤 했던 내가 선생님의 저 말씀 하나만큼은 철썩같이 믿었다.

나는 초,중,고를 모두 '남녀공학'에 다닌 '행운아' 이면서, 동시에 그 비일비재한 연애사건 중 어느 하나의 주인공도 되어보지 못한 '불운아'이기도 했다. 어떻게 해도 정리가 되지 않는 나의 뻗친 단발머리와 위아랫니에 나란히 사이좋게 깔려 있던 치아 교정기. 이리보고 저리봐도 볼 품 없었던 내가 저슬픈 운명의 길을 걸었던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도 성인이 되서 머리를 마음껏 기를 수 있을 것이고, 스무살이 되기 전에 교정기도 철수시킬 예정이었기에, 나도 예뻐질 것이다, 선생님 말씀대로 내 뒤에도 남자들이 줄을 설 날이 오리라 '굳게' 믿었다.

줄을 서시오!!!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대학. 가보니 정말 사람들이 정말 여기저기 줄을 서고 있었다. 여자 신입생을 보는 선배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고, 이에 질세라 남자 동기 녀석들도 두 눈을 치켜뜨고 여기저기 줄을 섰다. 신기하고 들뜬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것도 잠시. 내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라... 아무도..... 그 줄!! 내가 섰다.

유난히 인기가 많았던 K선배 뒤에 줄을 서서, 예쁜 친구에게 밀리고 잘난 친구에게 밀리며 눈물과 아픔으로 점철된 시절을 보냈다. 핑크빛으로 물들 줄 알았던 내 스무살의 사랑이 그후로로 오랫동안 참 많이 아팠다. 선생님은 거짓말쟁이.

그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열심히 줄을 섰다. 그 줄이... 참 안줄더라..

Posted by 슈테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