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바보 아저씨는 매일 아침 일찍 골목 어귀에 나타난다. 골목 사거리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간섭하는 아저씨는 정신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시시각각 혼잡스러운 골목에서 차들이 서로 엉키지 않고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교통 정리도 해주고 아주머니의 분리 수거도 도와준다. 떡볶이 집 앞 대걸레질은 언제나 아저씨의 몫이고, 골목 상인들의 심부름을 도맡아 하고 있다. 특히 운전이 미숙한 운전자들의 주차를 돕는 솜씨는 정말 일품인데, 아저씨의 도움만 있다면 그 유명한 '김여사'도 거뜬히 주차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자신감 가득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어제와 다름없이 오늘도 골목골목에 울려 퍼진다.
할 일 없는(사실은 엄청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가끔은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동네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아저씨는, 우리가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의미의 '바보'가 맞는 것 같긴하다. 하지만, 무법천지인 이 골목에서 온전히 제정신으로 사는 사람은 바보 아저씨 밖에 없다는거. 바보가 사라지는 시대. 바보라면 비웃음 당해야하는 시대.
나는 대체 뭘하고 있나. 바보처럼 살지 않고..